창작콘텐츠 공모전

  • (우수)방통위원장상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수상연도 :

    2021년

  • 부문 :

    인식제고콘텐츠

  • 수상자 :

    박선영


『화가 날 때 말을 하라. 
당신은 두고두고 후회할 최고의 연설을 하게 될 것이다.』 
- 로렌스J피터 (Laurence J. Peter) -

  “선생님, 서진이가 쓴 제 칭찬 댓글에 연우가 기분 나쁜 글 남겼어요. 서진이 글 읽고 기분 진짜 좋았다가, 연우 댓글 본 순간 화가 나면서 너무 슬펐어요.”
  “우리 반 누리집 ‘칭찬 합시다’에도 친구들이 남긴 글에 이상하고 웃기면서 기분나쁜 장난 말 남겨요. 그거 읽으면 속상해요.”
  “평상시엔 되게 활발한데, 인터넷에 글만 남겼다하면 완전 폭주기관차가 따로 없다니까요. 우리가 하는 충고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요.”

  우리 반의 ‘인간 비타민’ 연우 이야기이다. 사회시간 역사 이야기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 점심 식사 후 졸리고 나른할 때,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한바탕 웃게 만드는, 10년쯤 후 코미디 프로에 나올 것만 같은 유쾌 · 상쾌 · 통쾌한 우리 반 개그맨 송연우! 
  
  그런데 참 희한하다. 평상시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땐 장난을 치되 수위가 높은 나쁜 말은 입에도 담지 않은 녀석인데, 자기들끼리 하는 톡이나 문자, 심지어 공적인 학급 누리집에선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180°달라지니 말이다. 
  닭이 얼굴만 가리면 적이 자기를 못 찾겠지 착각하는 것처럼, 인터넷 속 익명의 파도 속에 숨으면 자기가 못되게 글을 썼어도 그 글이 순화되어 보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아니면 당장 얼굴 보고 대화하는 상대가 없고 모니터나 핸드폰 창에 쓰는 글이니까 어떠한 막말이라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처음으로 어딘가에 글을 남겼을 때 인터넷 예절이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학기 초 이런 연우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언어폭력, 따돌림, 명예훼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이버폭력’의 가해자이면서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친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비속어를 사용함]
[초성만 적었어도, 욕설의 의미 파악 가능]

  학기 초 연우의 불쾌한 댓글을 보았을 때, 나는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1년 뒤 중학생이 되면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디지털 세계를 경험할 텐데 이런 언어 습관이면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월의 햇살 좋은 어느 오후 연우를 남겼고, 평소 수업 시간에 학생 칭찬용으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연우야, 우리 초성 게임할까? ㅇㅇ으로 선생님 먼저! 우유.”
  “오~초성게임! 오예! 저만 특별히 선생님이랑 게임하는 거에요? ㅇㅇ 너무 쉽잖아요. 오이요.”
  
  우리 반 아이들과 나는 평소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또는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종종 초성게임을 했고, 연우는 왜 자기 혼자 남아서 선생님과 이 게임을 하는지 의아하게 여기기는커녕, 혼자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굉장히 즐거워했다. 
  
  “연우야, 그럼 이번엔 다른 초성이야. ㅅ ㅂ 어때?”
  “…….”
  “왜 아무 말이 없어? 우리 반 누리집 보니까 연우 이 초성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연우야! 앞 뒤 문맥으로 봤을 때 이 단어가 신발이나 수박은 아닌 것 같거든? 선생님이 예상하는 그 단어 맞니? 선생님이 네 글들을 읽고 굉장히 충격 받았어… 선생님이 평상시 보는 연우는 이렇게 욕 쓰는 아이가 아닌데. 선생님이 연우 잘못 본 거니?”
  
  연우는 한동안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본인이 썼던 글을 캡쳐 해서 모아놓은 내 인쇄물만 묵묵히 쳐다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우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 게요.” 라고 이야기했다.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날 연우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정말로 느껴졌다.

  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거울효과』
  원래 자기가 자기 자신을 제일 모르는 법이다. 연우도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자기가 썼던 비속어를 한 데 모아 놓으니, 수 십 개가 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거울 속 자신을 꼼꼼히 쳐다보는 것처럼, 비속어로 얼룩진 자신의 글을 보니 당황스러움과 창피함을 느꼈던 것이다. 
  울고 떼쓰는 아이에게 거울을 들이밀라고 한다. 거울 속 찡그리고 떼쓰는 못난 모습은 그 어떤 충고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Ⅱ.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자아효능감 충족』

  깊은 반성한 것에서 나아가, 좋은 말과 칭찬을 들었을 때가 그렇지 못한 때보다 훨씬 기분 좋고 즐겁다는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연우가 직접 본인에게 달린 칭찬 글을 읽고 인터넷 세상 속 예쁘고 고운 말이 얼마나 상대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면, 비속어를 쓰거나 심한 장난 글을 남기는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고 평생 함께 할 인터넷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교사가 칭찬 글을 조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인터넷 윤리에 대해 어렴풋이 뭔가를 깨달은 연우에게 칭찬 댓글을 보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수 없어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심한 말 쓰지 않기]
[친구를 배려하고, 착하게 행동하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평소 자신이 얼마나 인터넷 비속어를 썼었는지 깨달은 연우는 그 날 이후로 몰라보게 달라졌고, 일상생활에서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되 선을 넘지 않는 것처럼, 인터넷 세상에서도 바른말 · 고운말을 쓰는 가장 모범적인 학생이 된 것이다. 
  그 덕분일까? 연우에 대한 하소연이 없어졌고, 학급의 누리집 ‘칭찬합시다’에도 드디어 연우에 대한 칭찬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스승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바람과 예상은 적중했다. 공개적인 인터넷 공간에서 칭찬을 들은 연우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행복해했고,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얼마나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 펼쳐질 수 있는지 확실히 깨닫게 된 듯 했다. 
  이후 연우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칭 ‘6학년2반 사이버수사관’ 으로써,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다.
    바르고 고운 말로 사람을 살리고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신체적인 폭력보다 심한 사이버 폭력으로 누군가를 무참히 짓밟고 죽일 수도 있는 인터넷 언어!
   
  알고도 하는 잘못은 처벌을 요하지만, 몰라서 저지른 실수는 교육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언어습관 대부분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나는 그 누구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제2·제3의 연우!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지킴이’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교단에 선다.